한국인 최초의 UFC 파이터인 김동현(29, 부산 팀매드/㈜성안세이브)이 UFC 6연승 도전을 나흘 앞두고 있다. 김동현은 오는 7월 3일(한국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가든 아레나에서 개최되는 'UFC 132'에 출전해 전 WEC 챔피언 카를로스 콘딧(27, 미국)과 정면승부를 벌인다.

그동안 차근차근 승리를 쌓아온 김동현에게 이번 경기는 타이틀 도전 유무를 결정짓는 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일전이다. 지난 경기에서 네이트 디아즈를 꺾고 타이틀 도전 경쟁구도에 합류한 만큼 승리할 경우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것.
현 챔피언 조르주 생피에르는 오는 10월 말 닉 디아즈를 상대로 7차 방어전에 나선다. 김동현이 이번에 승리하면 타이틀 도전자결정전에 출격할 가능성이 높기에 닉 디아즈의 다음 주자가 될 수 있다.
특히 디아즈가 부상을 입는 등 운이 따라줄 경우 타이틀전 직행도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 타이틀 도전자 결정전으로 치러진 B.J. 펜과 존 피치의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고, 둘은 현재 부상에서 회복 중이다. 또한 네이트 마쿼트는 퇴출됐으며 티아고 알베스를 꺾는 이변을 연출한 릭 스토리는 연승을 마감, 타이틀 전선에서 멀어졌다. 즉 최근 돌아가는 상황이 김동현을 향해 웃어주고 있다.
김동현은 "이젠 진짜 9부 능선에 거의 도달한 것 같다. 이전에는 크게 욕심내지 않았는데, 요즘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 생피에르와 맞붙는 것이 결코 꿈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든다. 콘딧을 확실히 꺾고 꿈을 현실화 시키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 이하는 김동현 인터뷰 전문 >
- 현재 미국 시각으로 새벽 5시다. 인터뷰 시간을 갑자기 앞당겨 놀랐다. 아직 시차 적응이 덜 된 것인가?
▲ 그나마 오늘은 수면을 많이 취한 편이다. 보통 22~23시 쯤 잠에 드는데, 항상 새벽 2시에 깼다. 그리고 또 4시에 눈이 떠지고 그때부턴 잠이 오질 않는다. 두 시간 정도 뒤척이다가 6시부터 3시간 정도 수면을 취한 후 하루를 맞이한다. 오늘은 논스톱으로 5시까지 잤다. 시차 적응은 정말 힘들다. 이런 고민 없이 경기를 갖고 싶다.
- 경기에 차질은 없겠나?
▲ 완전히 적응하긴 어렵다. 그래도 점차 수면시간이 늘어나고 있으니 70% 정도는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 좀 민감한 편이라 시차적응이 늦는 편이다.
- 훈련은 어디에서 했나?
▲ 오전에는 로버트 드라이스데일 주짓수, 오후에는 익스트림 커투어에서 운동했다. 두 곳에 선수들이 몰려있다. 라스베이거스에도 흐름이 있다. 탭아웃짐을 비롯해 몇 곳을 다녀봤는데, 그곳에는 선수들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 로버트 드라이스데일의 경우 주짓수만 하지 않는가?
▲ 나의 경우 노기만 한다. 타격 훈련이 없음에도 선수들이 많이 찾는다. 지도자의 실력이 좋아서인 것 같다.
- 최근 체구가 좀 더 커진 것을 알 수 있었다. 감량에는 지장이 없나?
▲ 감량을 자주 하고 회복하면서 체격이 커진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는 감량을 일찍 시작했다. 그렇게 하면 음식을 섭취하면서 체중을 줄일 수 있다. 현재는 185파운드(27일 기준)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지지난 경기부터는 티파니 누나 댁에서 거주하며 컨디션 조절을 수월하게 했다. 누나의 자제분이 둘 있는데, 모두 운동선수다. 덕분에 나도 영양가 높은 음식을 잘 먹고 있다. 현지 식당에서 음식을 사먹으면 컨디션을 조절하긴 어렵다. 한국에 싸우러 온 외국인이 식당 밥을 사먹으며 컨디션 조절을 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할 것이다.
- B.J. 펜과 존 피치의 무승부 그리고 둘의 부상. 이번에는 네이트 마쿼트가 갑자기 퇴출됐고 릭 스토리는 패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진짜 챔피언이 되려는 징조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웃음). 양성훈 관장님이 늘 "넌 격투 신이야. 꼭 챔피언이 될 꺼야"라고 말씀하시는데, 상황이 그렇게 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당장 눈앞에 다가온 경기다. 내 주변 상황에 신경 쓰지 않고 콘딧전의 승리를 위해 마인드컨트롤을 하고 있다.
- 경기를 5일 앞둔 현재 기분은?
▲ 계속 집중하고 있다. 후회 없는, 즐거운 경기를 펼치고 싶다. 상대와 나 모두 자신의 장점으로 상대의 약점을 공략할 것이다. 승리를 장담하긴 어렵지만 하던 대로만 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본다. 이긴 후 생피에르와 맞붙는 상상도 한다.
- 현지에서 콘딧에 대한 얘기는 들은 게 없나?
▲ 그의 인터뷰를 본 것 외에는 특별히 들린 게 없다. 우리 둘의 작전은 뻔하다. 서로 선호하는 기술을 얼마나 잘 사용하느냐에 따라 승부는 결정될 것이다.
- 콘딧이 아주 강한 상대를 만났다고 하던데.
▲ 인정을 해주는 것에 기분이 좋다. 톱 레슬러라고 칭찬해줬으니 그에 맞게 강한 실력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나.
- 본인의 승률은 어느 정도로 보나?
▲ 운 없게 '럭키펀치'만 걸리지 않는다면 패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승률은 50%라고 다짐한다. 이길 자신은 있는데 방심하지 않기 위해 마인드컨트롤을 하는 것이다.
- 이번에도 테이크다운이 경기를 풀어가는 열쇠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는 이전과 달리 다양한 서브미션 시도를 기대할 수 있겠나?
▲ 서브미션도 자세를 역전당하지 않을 기술만 시도할 것이다. 암트라이앵글초크가 좋다. 실패해도 다시 마운트로 올라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크루시픽스 포지션도 기회가 온다면 노리겠다. 자신이 있고, 자세를 역전당하지 않을 만한 서브미션을 시도할 것이다.
- 닉 디아즈의 다음 차례가 될 가능성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 제발 그렇게만 됐으면 더 이상 소원이 없겠다. 한도 안 남을 것 같다. 과거 팀매드를 처음 열 때 찾아오셨던 어떤 스님이 이곳에서 세계적인 선수가 탄생한다고 했는데, 진짜 그렇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릭 스토리 경기를 보니까 그라운드가 별로더라.
- 보통 UFC 대회의 공식 스케줄은 어떻게 이뤄지나?
▲ 화요일에 체크인하고 목요일까지 사진촬영, 영상인터뷰 등을 실시한다. 기자회견 역시 목요일에 있다. 그리고 금요일 계체량이 진행된다.
- 공식 스케줄 기간에는 컨디션을 어떻게 조절하나?
▲ 최소한의 음식으로 계체량을 준비하며, 운동 외의 시간에는 안정을 취한다. 빨리 음식을 먹고 싶은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화요일부터는 정말 너무 배가 고파 아무 생각도 없다. 운동을 위한 장소로 호텔 내에 20평 남짓한 공간이 있는데, 대부분 커투어짐에서 몸을 푼다.
- UFC에 처음 갔을 때와 지금, 현지에서의 인지도 차이를 느끼는가?
▲ 미국에선 크게 느끼지 못한다. 처음엔 '저 동양인도 선수야?'라는 반응이 많았다. 브라질의 어떤 코치는 나를 가리켜 유도 기술이 뛰어나고, 암바를 잘 한다며 이전에 파울로 필리오와 맞붙을 뻔 했다고 말하더라.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날 윤동식으로 착각하고 있던 것이었다. 이름을 말하고 상대했던 선수들을 말해야 비로소 인지하는 편이다. 메인 경기에 나가고 있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적어도 마지막에서 세 번째 안에는 들어야 한다. 그래야 포스터나 영상에도 실린다. 포스터에 등장하는 것은 정말 욕심난다.
- 할 말이 있다고?
▲ UFC에서 여섯 번 싸우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선수가 고민을 많이 하면 안 되는데, 그런 마인드컨트롤도 자신과의 싸움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오직 함께 고생한 팀매드 식구들을 위해 싸우고 싶다. 지금까지 이룬 것은 혼자 한 게 아니다. 관장님과 후배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반드시 승리해 그들에게 영광을 돌리고 싶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가 동생들에게 맛있는 밥을 사주겠다.
- 각오 한 마디 부탁한다.
▲ 이젠 진짜 9부 능선에 거의 도달한 것 같다. 이전에는 크게 욕심내지 않았는데, 요즘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 생피에르와 맞붙는 것이 결코 꿈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든다. 콘딧을 확실히 꺾고 꼭 꿈을 현실화 시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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