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28일 오후 경기도 용인실내체육관.
해체위기에 놓인 용인시청 여자핸드볼 팀이 김운학 감독의 지휘에 따라 플레이오프전에 대비한 훈련을 하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선수들의 얼굴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배어서 그런지 활기가 없어 보였다.
지난해 11월 재정난으로 해체방침이 결정되고 시한부로 운영된 용인시청 여자핸드볼 팀의 생명은 이달 말로 끝나게 돼 있다.
선수들이 뿔뿔이 흩어져야 할 때가 된 것이다
28일에는 용인체육관이 비어 있어 훈련이 가능했지만 29일에는 다른 행사에 훈련장을 내줘야 하는 딱한 사정을 토로한 것이다.
용인시가 7월 초 직장운동경기부 운영심의위원회를 열어 해체 여부를 다시 논의키로 했지만 선수들의 마음은 조급하기만 하다.
지난 4월 개막해 이달 24일 정규리그가 끝난 2011 SK 핸드볼 코리아리그에서 7개 팀 가운데 2위에 오르는 기적을 빚어내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따냈지만 플레이오프는 7월7일에야 열리기 때문이다.
주장 김정심(35)은 "그동안 좋은 경기를 펼치면 팀이 계속 유지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뛰었지만 정해진 날짜가 다가오면서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은 상태"라고 안타까워했다.
겨우 10명이 모인 이날 훈련을 앞두고 선수들은 겉으로는 오히려 왁자지껄해 보였다.
"해체가 되면 숙소에 있는 TV는 내가 가져가겠다"는 한 선수의 말에 동료 선수들은 까르르 웃었다.
그러나 웃음 속에는 안타까움이 서려 있었다.
숙소에 있는 TV나 세탁기 같은 비품은 선수들이 조금씩 모은 돈으로 산 것이라 해체가 결정되면 적당히 나눠 갖고 헤어지자는 의미가 담긴 농담이었던 까닭이다.
김정심은 "팀이 해체되면 여기 선수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핸드볼을 그만둬야 하는 처지"라며 "신발이 떨어지고 유니폼이 찢어져도 우리에겐 내일이 없어 직접 손으로 꿰매고 경기에 나간다"고 귀띔했다.
김운학 감독은 이날 훈련을 지휘하는 중에도 틈틈이 여기저기로 전화를 걸었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팀이 유지될 가능성은 있는지 알아보려는 것이었다.
김 감독은 전화하면서도 선수들에게 불호령을 내렸지만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는 못했다.
"솔직히 말해 운동이 되겠어요. 그동안은 선수들의 정신이 살아있어서 좋은 경기를 했지만 지금 이대로라면 삼척시청과의 플레이오프에서는 해보나 마나 박살이 날 겁니다."
이런 와중에 무보수로 뛰던 이선미가 플레이오프에 나서지 못하게 돼 김 감독의 고민은 한층 커졌다.
지난해 말 해체 방침이 정해지며 팀을 떠났던 국가대표 출신 이선미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연일 선전을 펼치는 동료를 돕겠다며 무보수 선수로 합류했었다.
그러나 플레이오프 기간에 자격증 연수가 겹쳐 훈련은 물론 출전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설상가상의 용인시청 여자핸드볼 팀에 최근 큰 힘을 주는 작은 일이 하나 있었다.
이온음료 살 돈이 없어 훈련이나 경기 때 선수들이 보리차를 대신 마신다는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뒤 곳곳에서 작은 정성이 답지한 것이다.
"최근 대구에서 경기할 때 어떤 분이 이온음료 몇 병을 사 오셨더군요. 또 어떤 분은 아예 숙소로 이온음료 다섯 박스를 보내왔어요. 선수 모두가 감동했습니다."
김운학 감독은 "이럴 때 팀을 인수해 줄 곳이 나타나면 우리 애들 펄펄 날 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용인시청 여자핸드볼 팀은 7월7일 삼척시청과 플레이오프전을 치른다.
여기서 이기면 대망의 챔피언결정전에 나가게 된다.
영화 '우생순'보다 더한 극적인 반전이 용인시청 여자핸드볼 팀에서도 일어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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